
차징 팔콘 소대의 귀신 소동
"그러고보니 크롬, 그거 들었어?"
"네?"
"너네 숙소 근처에서 귀신 나온단 소리."
"… 네?"
"귀신 나온다던데?"
"누, 누가요."
"카무이가."
"… 귀신은 절대 안 믿게 생겼는데요."
"어라, 그런 건 반즈 아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 말을 고르던 크롬이 느릿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반즈는 경험담이 있습니다."
"그게 더 무섭잖아."
지휘관이 파드득 떨며 기함했다.
요는 즉, 만성절을 기하여 할로윈 축재를 준비하던 익명의 행사 스태프에 의해 시작된 목격담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구조체들 전용 숙소 복도에 알 수 없는 이들이 배회한다는 목격담이었는데, 크롬이나 베라 같이 소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구조체들을 제외하면 여타 구조체는 통금 시간에 맞추어 공중 정원을 돌아다닐 수 없다. 그러나 대장직에 오른 구조체가 아니라, 얼굴을 기계 부품으로 덮은 일반 구조체가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공중 정원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단다. 이제 막 구조체가 되어서 규칙을 잘 모르나 싶어, 돌아가야 한다고 말을 걸려는 순간 그 구조체는 순환액을 왈칵 쏟아내면서 스태프의 눈앞에서 빛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스태프는 잠시간 아무 말이 없었다. 제 온몸에 묻은 붉은 순환액을 보고 공중정원을 덮은 돔의 유리가 깨져나가라 비명을 지르고 까무룩 기절하기 전까지.
스태프는 새벽 한 시에 기절해서 오전 다섯 시 반, 청소 로봇의 출근 시간이 될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로봇에 의해 의무실로 이송되고 나서 발작하듯 일어나서는, 죽어버린 구조체들이 공중정원을 돌아다닌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지나가던 베라에 의해 제압당해 조용해졌다. 그게 할로윈 일주일 전이었다.
지금은, 무슨 상태냐면.
그 스태프가 기절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속속들이 기절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파오스 사관학교 생도들마저! 그들 중 몇이 귀신을 잡는다는 별칭이 붙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괴한 일이었다.
"… … 그래서, 목적이 저희에게 실제로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달라였습니까?"
"내가 이거 그레이 레이븐한테도 시도해봤거든."
"예."
"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나가라고 쫓아냈어."
"… …."
크롬은 잠시간 지휘관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서 가지는 위치를 생각했다. 이 정도로… 막 대해지는 사람이었던가.
물론 지휘관은 좋다고 헤실헤실 웃었으나 그걸 크롬이 알 수 있는 노릇은 아니었다.
여하튼간에, 어찌되었건 지휘관을 통해 들어온 일인만큼 크롬은 차징 팔콘 소대를 소집했다. 숙소 근처 복도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던데 진위여부 파악을 위해 시간에 맞추어 나가보자는 말에 카무이는 "귀신 그거 없는 거 아냐?" 라고 했고 반즈는 "있어도 우리 눈엔 안 보이겠지." 로 응수했다. 카무는 늘 그랬듯 불참이었다. 아마 지휘관을 이끌고 중도 재난 구역의 침식체를 해치우러 나갔을 것이다.
잠시간 말이 없던 반즈가 입을 열었다. "피를 -순환액.- 아, 그래. 순환액을 울컥 쏟아내면서 사라졌다며? 그럼 적어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고, 물리력을 행사하려면 물리적 실체가 있어야 하지. 우리 눈엔 안 보여도 레이더 센서에는 잡힐지도 몰라. 스텔스 기술을 파악하게 만든 육체니까."
다시 카무이가 반박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아마 옆에 과자나 쿠키 봉지 따위가 있을 것이다. "근데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 아냐? 존재하지 않는데 어쩌다가 물리력 행사할 때를 레이더로 잡는다고 해서 우리가 뭐 어떻게 할 건데. 쥐어패?"
반즈가 웅얼거렸다. "쟤가 저렇게 논리적인 거 처음 봐."
크롬은 잠깐이나마 거기에 동의한 자기 자신을 반성했다.
대부분의 집행자 소대가 소대 단위로 움직이는 것과 다르게, 지휘관을 두지 않는 차징 팔콘 소대는 소대 대신 소대원들이 구역을 정해 넓은 수색을 펼치는 것이 주특기다. 하여 이번 작전도 숙소 메인 로비를 중심으로 구역을 세 개로 나누어 수색할 예정이었다. 왼쪽 복도를 수색하던 카무이가 무섭다며 오른쪽 복도를 수색할 예정이던 반즈를 옆구리에 끼고 돌아오지만 않았어도. 크롬은 지금껏 보아온, 구강 구조와 골격이 기괴하게 비틀린 침식체가 그냥 구조체보다 더 무섭지 않냐는 반론을 삼키고, 오른쪽 간다던 애가 왜 왼쪽에서 같이 들려오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멋쩍게 뒷목을 쓸어내리며 헤실헤실 웃는 카무이의 손목을 단단히 붙들고 발을 옮기는 것을 택했다.
하얗기만 하던 복도 곳곳엔 할로윈 장식을 단 가랜드가 걸려있었다. 잭 오 랜턴, 단순화한 유령 무늬, 막대 사탕과 거미줄 장식이 벽 곳곳에서 호박등이 내는 미약한 빛을 받아 어른거린다. 좁은 일자형 복도로 들어오자 무섭긴 무서운지 반 발짝 뒤에서 걷던 카무이가 그의 팔을 붙잡아 딱 붙어 섰다. 크롬은 천천히 카무이의 발걸음 속도에 맞추어 발을 옮겼다. 크롬의 오른쪽 옆구리에 대롱대롱 끼어있던 반즈가 속삭였다.
"저 앞이 사건 현장이야."
"생각보다 좀 머네?"
"우리가 구조체 전용 입구에서 들어와서 그렇다. 지휘관님도 사건 현장에서 이어지는 통로를 쓰실 걸."
크롬은 구조체 둘을 매달아 한층 더 느려진 발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이어져 좁아지는 복도보다 조금 더 큰 복도에 도착하자 반즈가 크롬의 옆구리에서 빠져나왔다. 카무이가 한 걸음 앞에 서 대검을 대각선으로 기울여 들고, 반즈의 샷건이 재장전되는 소리가 텅 빈 복도를 유난하게 울렸다. 크롬의 레이더 기기가 짧게 반짝였다. 전방, 문제 없음. 우측, 클리어. 좌측, 클리어…. 나직히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반즈가 총구를 뒤로 돌렸다. 시각을 동반하는 탐지기는 대체로 눈에 이어진 신경 회로에 연결되어있다. 레이더 기기가 홍채를 통해 반짝이는 순간,
"대장."
소름끼치는 목소리와 함께 그것이 폭발했다.
카무이도 카무도, 잘 아는 목소리다.
특정 외형을 부여받은 특수 기체틀을 제외하고, 공중 정원이 도구처럼 쓰다 버리고 마는 -이건 카무의 의견이다- 일반 구조체의 경우는 성대 부품이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을 보고 대장이라고 부르는 이가 크롬이 차징 팔콘 소대가 결성되기 몇 달 전에 작전에서 잃은 구조체일 수도 있고 반즈가 응급실에서 미처 살려내지 못한 환자일 수도 있었다. 무어라 대답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은 크롬의 어깨를 카무이가 툭툭 쳤다. 대장, 괜찮아?
그리고 이내 붉은 순환액이 피처럼 떨어진다.
레이더 장치는 그로부터 약 반 박자 뒤에 울렸다. 피가 흩뿌러져서 크롬의 옷에 묻은 것을 보면 완벽히 물리적 힘을 행세할 수 있는 존재가 맞는데, 이상하게도 알람음은 피가 흩뿌려지고 나서야 요란하게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평소라면 낫이던 뭐던 들고 휘둘렀을 크롬이 뻣뻣하게 굳자 보다 못한 반즈가 그를 끌어당겼다. 얼떨결에 주저앉은 크롬이 두 눈을 깜박였다.
"대장."
"… 그래, 반즈."
"방금 그건?"
"… … 너희에게는, 어떻게 들렸어?"
"……."
반즈가 입을 다물었다.
그 와중에 전방 수색을 마친 카무이가 대검을 방패처럼 비스듬하게 세워 그들을 가리고는, 손잡이를 쥔 채 몸을 숙였다. 대장, 괜찮아? 하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제법 다정했다.
"멀쩡해."
"아닌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좀 무서워."
"내가 그럴 줄 알았지."
"하지만 너도 무서워하잖아."
카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들려오지 않는 대답의 신빙성만 얻게 된 크롬이 한숨을 내뱉었다.
… 그리하여 그 다음날 밤, 그들은 그 장소로 돌아왔다. 심기일전하여 다시금 메인 복도로 돌아온 이들의 레이더 장치가 빠르게 반짝였다. 전방, 클리어. 크롬이 속삭이면 반즈가 받는다. 우측, 클리어. 마지막은 카무이다. 좌측, 클리어. 그리고 동시에 낯선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크롬의 양옆에 선 반즈와 카무이가 후방으로 무기를 겨누었다. 얼굴을 덮은 기계 부품, 회색과 검은색 일색의 구조체 전투복……. 카무이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고 반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크롬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악령이 생각보다 더 악질적인 것임이 틀림없었다.
이틀 간의 수색으로 인해 얻은 정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귀신은 '구조체'의 외형으로 나타난다. 둘째, 귀신은 각자가 가장 끔찍하게 여겼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크롬의 경우에는 그가 구하지 못한, 공중정원의 작전에 잘려나가는 말단 구조체들이었다. C급, D급, E급 따위의 급수를 받은, 크롬에 비해서는 정말 소모품처럼 대해지는 이들. 크롬이 그것을 끔찍하게 여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그들은 언제나 크롬을 원망하지 않으며 죽었다.
"대장, 호광 기체 말고 영광 기체 끼면 안 돼요? 그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귀신한테 얼음이 통하나. 그리고 그 기체 아직 점검 중이다."
"전기도 있는데 뭐 어때. 발 정도는 묶을 수 있지 않으려나?"
"점검 중이래도."
만담처럼 이어지는 세 명의 대화를 듣던 카무가 중얼거렸다. "귀신이랑 대화는, 해 봤어?"
… 그래서 그들은 다시, 그 메인 복도에 와 있다.
이번엔 아무런 무기도 없다. 적대하지 않음을 나타내기 위해 구조체에 내장된 모든 전투 보조 무기도 일시적으로 사용을 멈춰놓은 상태다. 카무이는 괜히 좀 더 대장의 곁에 붙었다. 무기 하나 두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공포심이 드는 이유를 모르는 탓이다.
"붙지 마라. 무겁다."
"아, 무섭단 말야!"
"어젠 괜찮았잖아. 아, 졸려…." 삼일 연속으로 한밤에 끌려나온 반즈가 크게 하품했다. 크롬은 금방이라도 앞으로 고꾸라질 반즈의 허리를 단단히 붙들었다.
째깍, 째깍하고 오래된 시계에서 난 소리가 울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동이 터 올 무렵.
누군가가 어깨를 톡, 하고 두드린다.
"으갸악-?!"
"자, 잠깐, 카무이……!"
"앗, ?!"
이상한 긴장에 과하게 경계하고 있던 카무이가 펄쩍 뛰며 크롬에게 달라붙었다. 반동으로 반즈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크롬은 그런 반즈를 잡고 매달린 카무이를 붙잡느라 괴상한 자세가 되어있었다. 피를 뚝뚝 흘리는 구조체가 머쓱하게 손을 거둔다. 반즈가 중얼거렸다. 우리 지금 귀신이랑 대화하고 있어.
"………."
"……."
"… 나 비명 질러도 돼?"
"안 돼, 참아라."
크롬이 미간을 짚었다. 안 좋은 사건에 휘말릴 것 같다는 직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며칠 뒤, 만성절이 지나고 차징 팔콘 소대가 보이지 않는 고양이를 쫓는다는 소문이 공중정원에 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