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 똑 똑.
세 번의 두드림, 일정한 간격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검고 붉은 구조체는 자신의 지휘관이 머무는 곳의 문을 여섯 번째 두드리고 있었다. 노크를 한 뒤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아도 지휘관의 목소리는 구조체의 청각을 통해서도 들리지 않았다. 때문에 루시아는 조용히 목소리를 내보았다.
“지휘관님, 루시아예요. 들어가도 될까요?”
“그냥 들어와.”
들어오라 허락하는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였으나, 다른 방향이었다. 루시아가 듣길 기대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이렇게 무뚝뚝한 목소리는… 리. 분명히 리의 것이었다. 루시아는 그의 말을 듣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리였다. 그는 권총 하나를 해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보인 것은, 리브. 그녀는 지휘관의 책상 곁에 서 있다가 루시아를 보고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아! 루시아,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 리브.”
루시아는 자신을 반겨주는 리브에게 눈을 맞추고 인사로 대꾸하고선, 지휘관의 집무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간단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고, 책장이 있고. 소장품이 전시된 장식장이 있다. 인기척은 리브와 리의 것밖에 없는 듯했다. 즉, 지휘관은 없었다.
“지휘관님은? 음, 안 계시나… 리브, 리, 지휘관님께서 어디 가셨는지 알아?”
“아까부터 안 계시던데. 나랑 리브도 기다리던 참이야.”
“맞아요. 자리를 비우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잠깐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책상 위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에는 정리된 데이터가 홀로그램으로 띄워져 있었다. 지휘관은 일을 하던 중 나간 것 같았다. 홀로그램은 곧 꺼질 듯 깜박거렸다.
“…음,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니겠지?”
“땡땡이겠지.”
리는 제대로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단번에 부정했다. 매우 확신에 가득 찬 어조였다. 철컥, 그의 손에 있던 권총이 완벽히 재조립된 후, 그는 책상으로 다가가 익숙하게 단말기를 조작했다.
“어차피 지휘관님, 열심히 일하고 계신 것도 아니었다고. 이것 좀 봐.”
그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으로 사진을 띄웠다. 플라스틱 해골 모형이나, 장난감 같이 불빛이 깜박거리는 잭 오 랜턴, 박쥐나 거미 따위의 영상 장치 등. 모두 할로윈과 관련된 물건들의 사진이었다.
“할로윈 소품이지. 지휘관님이 이걸 보고 계시던데.”
“음, 지휘관님의 검색 기록에도 할로윈이 있었죠… 장식 뿐만 아니라 분장 같은 것도요.”
리브는 오늘의 날짜를 확인하고, 할로윈 날짜를 확인했다. 10월 29일. 단말기에 표시된 숫자였다. 할로윈은 확인해본 바로 31일이었고, 이것은 오늘이 할로윈으로부터 이틀 전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리브는 이것을 리와 루시아에게 전했다.
“오늘은 10월 29일이고, 할로윈은 이틀 뒤에 있어요. 아마도… 지휘관님은 모두와 할로윈을 즐기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응, 그게 분명해. 그럼… 음… 우리도 할로윈을 준비해보는 건 어때?”
“할로윈이요? …무척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리브와 루시아는 서로 할로윈을 어떻게 즐길지 얘기를 나누었다. 함께 준비해보자는 제안부터, ‘할로윈’하면 생각나는 것 등을 포함하여.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겁게 보였다. 그들은 그러다가 어느 때부터 대꾸 없이 두 구조체를 쳐다보고 있는 리를 쳐다보았다. 그는 딱히 할로윈을 본격적으로 즐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리브와 루시아가 함께할 것을 청하듯 쳐다보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리가 합세하자 셋은 본격적으로 자료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할로윈을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들은 무엇을 하며 할로윈을 즐기는가. 그것들을 시작점으로 했고, 끝에는 각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정하기까지 했다. 셋이 머리를 맞댄 결과 정해진 계획은 완벽한 듯했다.
그들의 할로윈 계획이 정해질 때까지 지휘관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후에 휴게실에서 졸던 것이 발견되었다. 세 구조체는 그 사람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휴게실에서 나와, 그레이 레이븐의 즐거운 할로윈을 위해 각자 맡은 바를 다 하기로 했다.
*
10월 30일, 임무가 끝난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공중정원으로 돌아왔다. 구조체들은 귀환 후 즉시 호출 받은 지휘관을 뒤로하고 잠시 뒤에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에 모이기로 말을 주고받았다. 어젯밤에 다 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모이기로 한 시간이 되었을 때, 리는 호박과 그것을 파낼 도구를 가져왔고 루시아와 리브는 장식을 만들 재료가 담긴 상자와 각종 도구들이 담긴 상자를 들고 왔다.
루시아는 조금 큰 상자를 열어 까만 종이를 꺼내어 바닥에 펼쳤다. 조그만 도구 상자에서 펜과 가위를 꺼내 그 옆에 두었다. 잠깐 자료를 찾아보던 그녀는 하얀 펜으로 그리기 쉽게 바뀐 모양의 박쥐 형상을 스케치했다. 진짜 살아있는 박쥐보다는 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할로윈을 즐겼던 인간들의 기록에서 가장 많이 보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있는 리브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리브, 박쥐 모양은 이렇게 하는 게 어때?”
“할로윈의 상징이네요. 좋을 것 같아요. 음… 만든 건 저쪽에 장식하는 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야.”
리브는 휴게실 안을 둘러보며 장식을 어떻게 배치할지 생각했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가랜드, 루시아의 종이 장식, 리의 잭오랜턴까지. 모두 배치하면 멋진 파티가 될 것이다. 줄에 할로윈의 각 알파벳이 적힌 삼각형 모양 종잇조각들을 끼우며 모두와 함께하는 할로윈을 생각했다. 그녀는 분명 다가오는 31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리브와 루시아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던 리는 속을 다 파낸 호박 안에 조명을 설치하고 있었다. 양초를 넣는 게 보통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단지, 불을 사용하다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조명을 켜 구멍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전원을 끈 뒤 루시아와 리브를 바라보았다. 둘은 즐거워 보였다. 저렇게 즐거워한다면, 이렇게 조금 수고를 들이는 것쯤은 괜찮은 것 같았다.
“리 씨, 저… 혹시 장식 다는 걸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알았어. 이쪽 조명 장식만 마무리하고 갈게.”
그는 잭오랜턴과 별개로 곳곳에 노란색과 붉은색 조명을 번갈아 장식하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 확실하게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루시아와 리브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뗐다.
두 구조체는 장식을 달 위치를 재보고 있는 듯했다. 대략 정한 것 같기는 한데. 리는 가만히 두 사람이 만든 장식을 보았다. 높은 곳에 달 예정이었던 것 같은 장식 하나를 집어 들어, 낮은 곳의 장식을 달고 있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할 일은 끝났어. 이건 어디에 달면 돼?”
“아, 저쪽에 달아주세요…!”
리브는 까치발을 들고 어느 곳에 달아야 할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확실히, 나머지 둘의 손이 닿기 어려운 위치였다. 리는 그 위치를 기억해두었다가 이쯤에, 이렇게 하면 돼? 하고 물었고. 네, 그렇게 하면 돼요. 하고 리브에게서 친절하게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을 들은 뒤에 장식을 확실히 고정했다.
그게 몇 번 반복되고, 반복되는 질문과 답변의 목소리가 멎었을 때, 루시아는 마지막으로 손에 든 장식을 붙여놓고서 리와 리브가 선 곳으로 가 장식한 것을 보았다. 아주 정확하고 멋진 위치 선정이었다. 뒤로 몇 발자국 떨어져 전체적인 것을 눈에 담으니, 속으로 감탄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른 벽면의 장식까지 본 뒤에 다시 리와 리브를 보았다. 특별히 미소를 지은 것도 아니었지만, 리와 리브는 루시아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리브는 루시아를 따라 방 안을 둘러보고, 말했다.
“어떤가요, 루시아?”
“나는 좋다고 생각해. 정말로.”
“그래, 멋지네.”
루시아가 감상을 말하고, 뒤이어 리가 입을 열었다. 누구도 빈말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진심이었다. 리브는 살짝 웃었고, 리와 루시아는 그것을 보며 보통 이상의 만족감을 느꼈다.
할로윈 준비는 모두 끝냈다. 그들은 곧 있을 임무를 위해 휴게실에서 떠나야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손으로 꾸민 휴게실을 확인한 뒤 문을 꼭 닫았다. 이것을 자정까지 지휘관에게 비밀로 하기로 서로 약속하고, 지휘관의 호출을 받아 다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
10월 30일 밤, 그들은 ‘마녀’를 본떠 만든 까만 모자와 망토를 하고 있었다.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간단한 모양새의 분장이었다.
셋은 각자 거울을 보며 자신의 옷차림을 정돈했다. 모자를 제대로 쓰고, 구김 없이 망토를 두르고. 다 같이 마녀처럼 분장을 하고 있으려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아주 긍정적인 방향의 감정이었다.
세 구조체는 준비해둔 잭오랜턴 모양의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하나씩 손에 들었다.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들고 다니기에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는 준비해둔 사탕을 셋이서 나눠 가졌다. ‘trick or treat’에 대한 전통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루시아는 휴게실을 나가기 전에 네 번째 바구니를 반대편 손에 들었다. 이것은 지휘관의 몫이었다. 지휘관의 손에 쥐여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것을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에도 기쁜 감정이 스쳤다.
그들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개인 휴게실로 향했다. 문을 세 번 두드리고, 문을 활짝 열고 속삭이듯 숫자를 셌다. 하나, 둘, 그리고 ‘셋’을 말한 뒤에 세 구조체는 동시에 외쳤다.
“Trick or treat! 할로윈이에요, 지휘관님.”
현재 날짜는 10월 31일. 자정.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들은 들뜬 발걸음으로 지휘관을 안내했다. 세 구조체의 뒤로 보이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휴게실은 파티를 여는 것처럼 근사하게 꾸며져 있고, 그들에게서는 들뜬 마음이 느껴졌다. 그들은 이 작은 파티를 즐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